살아오면서 다양한 수업을 받았다. 그중 잊히지 않는 수업이라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암산 학원을 다녔을 때,
미술학원에서 처음으로 데생을 배울 때 등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피아노 수업이다.
하농, 바이엘, 체르니, 모차르트로 이어지는 나의 가장 최초의 사교육.
물론 나는 '모차르트'를 결국 졸업하지 못했다.
중학교 1학년으로 올라가던 시절, 나는 피아노 학원 대신 종합 학원을 택했다.
당시에는 합리적 선택이었다. 전국 대회에 가서 상을 받는 아이들과 달리,
나는 단 한 번도 피아노 경연 대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저 학교를 마치고 매일 학원을 가는 수준이었다.
마음이 엉킬 때 나는 피아노를 떠올린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피아노를 치는 나를 상상한다.
누구에게나, 무슨 일이거나 첫마음이 있을 것이다.
갓 태어난 아이의 눈과 귀처럼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있다.
바로 피아노를 치던 그때가 내게는 그런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이 내게는 평화였다.
샵이 몇 개고 플랫이 몇 개고 오선지만 봐도 머리가 아프다.
절대음감이나 상대음감이란 능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수 시절, 시험에서 떨어지면 나는 피아노를 찾았다.
누구 앞에서 연주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저 그 시절,
그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무런 걱정이 없던 시절로,
내가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로 말이다.
삶의 면역력을 높이는 수업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스스로 발견해나가야 한다.
내게는 그게 어릴 적 배운 피아노였고, 이제 타기 시작한 자전거였다.
누군가에겐 요리거나 야구나 축구일 수도 있겠다.
어떤 것이든지 당신에게 평안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
그게 취미나 특기라 불릴 수도 있다.
그 어떤 '딴짓'이라도 좋다. 꼭 잘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하면서 마음이 평화로워지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딴짓'을 해봐야 한다.
쓸데없는 일, 소용없는 일, 그렇지만 당신을 미소 짓게 하는 일이
언젠가의 당신을 구원할 테니 말이다.
*김승미의 <무중력의 사랑>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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